호주 연방경찰(AFP)이 러시아 태생 호주 시민권자 부부에 대한 혐의를 '간첩 공모'로 격상하며 수사의 새로운 국면을 알렸다. 이번 혐의 격상은 2026년 6월 29일 브리즈번 치안판사 법원에서 이루어졌으며, 이는 2018년 호주 연방 정부가 새로운 간첩 관련 법률을 도입한 이후 해당 혐의가 적용된 첫 사례다.
부부는 2024년 7월 11일 브리즈번 북서부 에버턴 파크 자택에서 AFP에 체포됐다. 당시 42세 여성 A씨와 64세 남성 B씨는 각각 '간첩 행위 준비' 혐의로 기소됐으며, 해당 혐의의 최대 형량은 징역 15년이었다. 그러나 이번 혐의 격상으로 두 사람은 각각 형법 제91.1(1)조 및 제11.5(1)조에 따른 '간첩 공모' 혐의를 받게 됐으며, 이 혐의의 최대 형량은 종신형이다.
AFP의 수사 결과에 따르면, A씨는 호주 국방군(ADF) 육군 사병으로 복무하던 중 2023년부터 장기 휴가를 내고 러시아를 수차례 방문했다. 문제는 이 해외 여행이 ADF에 신고되지 않은 미신고 출국이었다는 점이다. 한편 A씨가 러시아에 체류하는 동안, 호주에 남아 있던 남편 B씨는 아내의 지시에 따라 그녀의 공식 업무 계정에 접속해 특정 정보를 아내의 개인 이메일 계정으로 전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AFP는 A씨의 ADF 계정 자격증명이 여러 차례 사용돼 민감한 국방 정보에 접근했으며, 이를 러시아 당국에 제공할 의도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사 당국은 해당 정보가 실제로 러시아 당국에 전달됐는지 여부는 아직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A씨가 처음부터 간첩 행위를 목적으로 국방군에 입대한 것인지, 아니면 이후 러시아 정보기관에 포섭된 것인지도 수사 대상에 포함돼 있다.
이번 사건은 AFP, 호주 보안정보기구(ASIO), 그리고 기타 연방 파트너 기관들로 구성된 '대외 간섭 대응 태스크포스(CFITF)'가 '오퍼레이션 버가자다(Operation Burgazada)'라는 작전명 아래 공동으로 수행한 수사의 결과물이다. CFITF는 이번 작전에 상당한 인력과 역량을 투입했으며, 수사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AFP 커미셔너 리스 커쇼는 간첩 행위가 결코 피해자 없는 범죄가 아니라고 강조하며, 호주의 주권과 안전, 생활 방식에 잠재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전 세계적 불안정 속에서 국가 행위자들이 서방 민주주의 국가들의 정보를 탈취하려는 시도를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ASIO 사무총장 마이크 버지스도 간첩 행위는 냉전 시대의 낡은 개념이 아니라 현실적인 위협이라며, 여러 국가가 호주의 기밀을 빼내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혐의 격상은 2024년 최초 기소 이후 약 2년에 걸친 증거 검토와 유죄 판결 가능성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거쳐 이루어진 것이다. 호주 당국은 이번 사건이 외국의 간첩 활동과 내부 위협에 대응하는 국가 안보 역량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하고 있으며, 수사 결과에 따라 추가 기소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