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주택 시장이 30년 만에 가장 심각한 하락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Domain이 발표한 신규 가격 사이클 보고서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완료된 8개의 주택 가격 사이클을 분석한 결과, 현재 호주가 아홉 번째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이번 하락세의 진원지는 시드니와 멜버른이다. 두 도시는 2분기 연속 가격 하락을 기록하고 있으며, 6월 분기 기준 시드니는 3.2%, 멜버른은 2.6% 각각 하락했다. Domain의 FY2027 전망 보고서는 향후 12개월간 시드니 주택 가격이 최대 7%, 멜버른은 최대 8% 추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멜버른 주택 중간값은 2021년 이후 처음으로 100만 달러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번 하락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2026년 상반기에 단행된 세 차례의 금리 인상이다. 호주중앙은행(RBA)은 2025년에 단행했던 금리 인하를 사실상 전부 되돌리며 기준금리를 4.35%까지 끌어올렸다. Domain의 분석에 따르면 이 세 차례의 인상으로 전반적인 대출 한도가 7~8%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단일 소득 가구의 경우 2026년 초 대비 약 3만 6,000달러, 맞벌이 가구는 약 7만 2,000달러의 대출 여력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드니와 멜버른이 금리 인상의 충격을 더 크게 받는 이유는 구조적인 특성에 있다. 두 도시의 주택 구매자들은 소득 대비 더 많은 금액을 빌려야 하기 때문에, 금리가 오를 때마다 체감 부담이 다른 도시보다 훨씬 크다. 반면 퍼스, 애들레이드, 브리즈번은 공급 부족과 지속적인 인구 유입으로 수요가 공급을 앞서고 있어 하락 국면에 진입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Domain의 FY2027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퍼스 주택 가격은 향후 12개월간 5~9% 상승하고, 애들레이드는 4~8%, 브리즈번은 3~7%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세 도시 모두 역대 최고가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되며, 브리즈번은 시드니를 제치고 호주에서 가장 비싼 유닛 시장으로 올라설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처럼 도시 간 양극화가 뚜렷해지면서 호주 부동산 시장은 사실상 두 개의 서로 다른 시장으로 나뉘는 양상이다.
한편 Domain의 수석 주거 경제학자 니콜라 파월 박사는 "하락장은 실시간으로 체감할 때 급격하게 느껴지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짧고 얕은 수준에 그쳤으며 이전 상승분을 모두 되돌리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과거 30년간의 데이터를 보면 하락 사이클의 평균 낙폭은 2.9%였으며 기간은 평균 8개월이었다. 가장 깊었던 하락은 2019년의 -7.1%였고, 1995년 첫 번째 사이클의 낙폭은 -1%에 불과했다.
현재 시장 지표들도 하락 국면을 뒷받침하고 있다. 시드니와 멜버른의 경매 낙찰률은 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매물 수는 급증했다. Domain의 3월 데이터에 따르면 전국 매물 수는 1년 전보다 17.2% 늘었으며, 시드니는 26% 이상 증가했다. 반면 퍼스와 애들레이드의 매물 수는 5년 평균을 밑돌고 있어 대조를 이뤘다.
전문가들은 이번 하락 국면이 최대 1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회복의 첫 신호는 매물 수 감소, 경매 낙찰률 반등, 그리고 거리에 '판매 완료' 스티커가 다시 붙기 시작하는 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바닥을 기다리며 관망하는 매수자들은 정작 시장이 반등할 때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Domain은 기준금리가 4.35%로 정점을 찍었으며, RBA가 2026년 남은 기간 동안 동결 기조를 유지하다가 2027년 6월 분기에 첫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ANZ, 웨스트팩, CBA 등 주요 은행들도 2026년 성장 전망치를 일제히 하향 조정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