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호주에서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사용이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공식 의료 체계 밖에서 약물을 구하는 사례도 함께 늘고 있어 보건 당국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p> <p>퀸즐랜드 중부 바줄에 거주하는 A씨(48)는 갱년기 이후 체중이 늘자 살을 빼기 위한 방법을 찾았다. 호주 주치의에게 비만 치료제를 처방받기 어렵다고 판단한 그는 고국인 태국을 방문하는 동안 방콕 외곽의 뷰티 클리닉에서 '마운자로(Mounjaro)'라는 브랜드의 주사제를 구입해 호주로 들여왔다. 그러나 약물을 사용하기 시작한 뒤 A씨는 운전 중 집중력이 떨어지고, 수면 장애를 겪으며, 평소와 다른 자신을 느꼈다고 말했다. 자녀들도 어머니의 변화를 알아챌 정도였다.</p> <p>호주에서 GLP-1 계열 약물은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이거나, BMI 27~30 사이이면서 체중 관련 건강 문제가 하나 이상 있는 성인에게 만성 체중 관리 목적으로 처방된다. 반면 태국의 뷰티 클리닉은 대부분 의사의 감독 하에 운영되지만, GLP-1 처방을 위한 심사 과정이 호주 주치의의 평가보다 덜 엄격한 경우가 많다. 당뇨병이 없거나 정상 체중 범위에 있는 고객에게도 처방이 이뤄지기도 한다.</p> <p>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UNSW) 연구진이 2025년 11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호주인 1,000명 중 18명, 즉 전체 인구의 약 2%가 현재 GLP-1 계열 약물을 정기적으로 복용하고 있다. GLP-1 약물의 총 판매량은 2020년 5월 약 5만 8,000건에서 2025년 4월 50만 건으로 급증했다. 다만 2022년 말부터 2024년 초까지는 약품 부족으로 판매량이 약 80% 감소하는 혼란도 있었다. 또한 비보조 민간 처방 비율이 2025년 4월 기준 43.8%에 달했으며, 월 최대 600달러에 이르는 비용을 부담하는 소비자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p> <p>이처럼 합법적인 수요가 급증하는 동시에, 비공식 경로를 통한 약물 유통도 확산되고 있다. 호주 내 태국 커뮤니티 페이스북 그룹에서는 처방전 없이 GLP-1 주사제를 판매하는 게시물이 공공연하게 올라오고 있다. 멜버른에 거주하는 한 판매자는 태국 우돈타니의 뷰티 클리닉에서 공급받은 마운자로 5mg 바이알을 750달러에 판매하겠다고 제안했다. 이는 호주 약국에서 처방전을 통해 구입할 경우 375~415달러 수준인 것과 비교해 상당히 높은 가격이다.</p> <p>치료용품청(TGA)은 "적절한 허가와 신고 없이 GLP-1 약물이나 펩타이드 제품을 상업적 목적으로 호주에 수입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밝혔다. 세마글루타이드와 티르제파타이드를 포함한 GLP-1 수용체 작용제는 호주에서 처방전 의약품으로 분류되며, 반드시 자격을 갖춘 의료 전문가의 감독 하에 사용해야 한다고 당국은 강조했다.</p> <p>TGA는 올해 3월 수입 제품 검사에서 GLP-1 또는 GLP-1 유사체 성분이 포함됐다고 표기된 여러 제품에 실제로는 해당 성분이 전혀 없는 것을 확인했다. 당국은 소비자들에게 소셜미디어나 기타 디지털 플랫폼이 아닌 호주 등록 약국에서 처방 의약품을 구입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이달 초에는 NSW 경찰의 협조를 받아 NSW 주 두 곳의 부동산에서 12만 달러 이상 상당의 미승인 펩타이드 및 동화 스테로이드 제품을 압수했다. 해당 제품들은 소셜미디어와 웹사이트를 통해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p> <p>압수된 제품 중에는 '레타트루타이드(retatrutide)'라는 이름이 붙은 것도 있었다. 빅토리아주 질롱의 한 태국 식료품점에서도 레타트루타이드가 10mg 바이알에 300달러로 판매되고 있었으며, 판매자는 이 주사제가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되고 다른 GLP-1 약물과 유사하게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레타트루타이드는 오젬픽(Ozempic)이나 위고비(Wegovy) 같은 승인된 GLP-1 약물과는 다른 물질로, 식욕과 대사에 관여하는 세 가지 호르몬 경로에 작용하는 실험적 약물이다. 호주에서는 의약품으로 판매 승인을 받지 않은 상태다. 빅토리아주 보건부는 올해 1월 이후 레타트루타이드 표기 제품을 사용한 사람들 사이에서 급성 간 손상 사례 6건이 보고됐다고 밝혔으며, 조사가 진행 중이다.</p> <p>멜버른 동부 크로이든 사우스에 거주하는 B씨도 A씨와 마찬가지로 방콕 외곽의 뷰티 클리닉에서 GLP-1 주사제를 구입했다. 호주에서 15년째 살고 있는 B씨는 친구들이 소셜미디어에 체중 감량 경험을 올리는 것을 보고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p> <p>멜버른대학교 심리학과 트레버 스튜어드 부교수는 GLP-1 약물을 어떻게 구하느냐의 문제뿐 아니라, 온라인에서 이 약물이 어떻게 소개되고 이해되는지도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GLP-1 약물이 폭식 장애 환자의 신경생물학적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스튜어드 부교수는 소셜미디어가 GLP-1 약물을 특정 체형이나 체중을 달성하기 위한 지름길로 묘사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개인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에 관한 문제이며, 반드시 의사가 참여한 상태에서 전체적인 관점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치료를 중단했을 때 폭식 장애 환자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의문도 여전히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p> <p>전문가들은 GLP-1 약물이 심각한 의약품인 만큼, 반드시 의료 전문가의 감독 하에 사용해야 하며 비공식 경로를 통한 구입은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