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앨리스스프링스 타운 캠프에 거주하는 71세의 아일린 후산 씨는 지역 원주민 지역사회 주도 의료 서비스 덕분에 당뇨가 만성 질환으로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50년 전 중앙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의회(Central Australian Aboriginal Congress, 이하 Congress)가 설립될 당시 비서로 일했으며, 이사회 구성원을 역임하기도 했다. 현재는 Congress의 의료 서비스를 통해 당뇨 경계 단계를 유지하며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p> <p>그는 "원주민이 직접 운영하는 의료 서비스이기 때문에 우리 지역 사람들을 위해 일한다는 느낌이 든다"며 "의료진이 직접 찾아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Congress가 잘하는 일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p> <p>멘지스 보건연구소(Menzies School of Health Research)가 최근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Congress는 지난 50년간 중앙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예방 가능한 원주민 사망을 줄이는 데 실질적인 성과를 거뒀다. Congress 대행 최고경영자 존 보파 박사는 "Congress가 설립될 당시 원주민 남성의 기대수명은 47세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65세로 늘었고 여성은 70세까지 살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2000년 이후 원주민 남성의 기대수명 격차는 9년, 여성은 4년 줄어들었다"며 "원주민 지역사회 주도 의료 서비스에 대한 투자가 효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p> <p>멘지스 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중앙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기대수명이 개선된 배경에는 원주민 지역사회 주도 의료 서비스를 통한 1차 의료 재정 지원 확대, 병원 투자 증가, 알코올 및 흡입 가능한 휘발유 규제 강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p> <p>하지만 보파 박사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강조했다. 노던 테리토리는 여전히 호주에서 원주민과 비원주민 간 기대수명 격차가 가장 큰 지역이다. NT 원주민 남성의 평균 기대수명은 65세로, 비원주민 남성(79세)보다 14년이나 짧다. 원주민 여성도 평균 69세로, 비원주민 여성(83세)에 비해 14년 일찍 사망한다. 이는 전국 원주민 남성 평균 기대수명 71세, 여성 75세와 비교해도 낮은 수치다.</p> <p>보파 박사는 "사람들이 여전히 용납할 수 없는 수준으로 병에 걸리고 있는데, 이는 예방이 의료 시스템 밖의 문제들을 해결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주거 과밀 문제를 해소하고, 교육을 강화하며,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p> <p>NT 북부 아넘랜드 해안의 엘초 아일랜드에서도 지역사회 지도자들이 만성 질환으로 인한 잇따른 사망에 깊은 슬픔을 표하고 있다. 지역 주민 헬렌 구유풀 씨는 "30대, 40대, 50대에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며 "당뇨, 암, 고혈압이 걱정된다"고 말했다.</p> <p>이에 구유풀 씨와 지역 지도자들은 가왈응아 원주민 법인(Gawalnga Aboriginal Corporation)과 협력해 '호프 포 헬스(Hope for Health)'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에게 개인 맞춤형 건강 식단 코칭을 제공하고, 욜릉구(Yolŋu) 언어로 만성 질환의 원인에 대한 정보를 전달한다. 멜버른대학교 연구원이자 심혈관 생리학자인 하스티 디사나야케 박사가 2022년 이 프로그램을 평가한 결과, 4개월 후 참가자의 절반 이상이 혈당 수치를 0.3% 이상 낮췄고, 4분의 1 이상이 초기 체중의 3% 이상을 감량했다. 1년 후에도 참가자들은 평균적으로 프로그램 시작 당시보다 2킬로그램 이상 가벼운 상태를 유지했다.</p> <p>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연방정부와 NT 정부로부터 지속적인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두 정부 모두 이미 해당 지역의 미와트지(Miwatj) 원주민 보건 서비스에 예방 프로그램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NT 보건부 대변인은 "미와트지 헬스가 아넘랜드 지역사회의 필요를 충족할 책임이 있으며, 추가 보조금을 위한 재량 자금이 없다"고 밝혔다. 연방 보건부도 지난해 가왈응아 법인이 자금 지원을 신청했을 때 "해당 제안에 맞는 보조금 기회가 없었다"며 향후 적합한 보조금을 모니터링하도록 안내했다고 전했다.</p> <p>한편 가왈응아 법인 최고경영자 팀 트러전 씨는 이 같은 결과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지역사회가 지지하고 효과가 입증된 사업에 대해 정부가 더 많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매주 누군가의 사망 소식을 듣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설명하기 어렵다"며 "건기 내내 갈리윈쿠에서는 거의 매주 장례식이 열렸다"고 전했다.</p> <p>연방정부는 지난 5년간 원주민 보건 서비스에 대한 재정 지원을 약 4분의 1 가까이 늘려 2024~25년 기준 연간 12억 6천만 달러에 달하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여전히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원주민 보건 단체들은 의료 서비스 확충을 넘어 주거, 교육, 빈곤 해소 등 사회적 결정 요인에 대한 종합적인 접근이 이루어져야만 기대수명 격차를 실질적으로 좁힐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