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호주 연방의회가 2024년 12월 나치 상징물 공개 전시 및 거래를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킨 지 반년이 넘었지만, 서호주 퍼스의 한 군사 골동품 경매업체가 올해 들어 수천 달러 상당의 나치 관련 물품을 판매하면서 법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p> <p>해당 법은 나치 만자(卍) 문양과 친위대(SS) 룬 문자의 공개 전시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덜 알려진 조항으로, 이러한 상징물이 새겨진 물품의 거래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교육·학술·과학적 목적의 거래는 예외로 허용하고 있다. 호주 연방경찰(AFP)은 법 시행 이후 현재까지 단 한 건의 기소도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확인했다.</p> <p>퍼스 몰리 지역에서 'JB 밀리터리 앤티크스'를 운영하는 제이미 블루잇 씨는 나치 기념품을 포함한 다양한 군사 골동품을 취급해왔다. 그는 법 시행 전까지 나치 관련 물품이 전체 매출의 최대 60%를 차지할 만큼 수요가 높았다고 밝혔다. 법이 발효된 직후 블루잇 씨는 나치 물품 판매를 일시 중단했지만, 올해 1월 'JB 밀리터리 앤티크스 뮤지엄'이라는 이름의 자회사를 설립하고 온라인 경매를 재개했다.</p> <p>블루잇 씨가 이 같은 방식을 택한 데는 법무장관실과의 서신 교환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12월 그는 연방 법무장관실에 나치 물품 판매의 합법성 여부를 문의했고, 법무장관실은 자체적으로 법률 자문을 구하라고 답하면서도, '사람들을 교육하기 위해 나치 유물을 거래하는 박물관'은 해당 법에 의해 범죄화되지 않는다는 사례를 예시로 들었다. 이에 블루잇 씨는 한 달 뒤 '뮤지엄' 명칭의 자회사를 등록하고 판매를 재개한 것이다.</p> <p>연방 형사법전은 나치 상징물이 새겨진 물품의 거래가 합법이 되려면 '합리적인 사람'이 해당 물품이 교육적 목적을 위한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하며, 공익에 반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블루잇 씨는 이 조항을 근거로 자신의 사업이 적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하루 20~30명의 고객이 매장을 방문하며, 나치 물품을 포함한 역사적 유물의 판매가 역사를 보존하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역사에서 물건을 금지하고 역사를 배제하기 시작하면, 사회가 그 역사를 반복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p> <p>하지만 AFP는 블루잇 씨의 경매 당일 사복 경찰관 여러 명을 그의 매장에 파견했다. 경찰관들은 나치 기념품 판매에 대한 민원이 접수됐다고 전하면서도, 블루잇 씨가 교육 목적 예외 조항을 충족한다고 주장하자 일단 자리를 떴다. 그러나 약 한 시간 뒤 경찰관 두 명이 다시 돌아와, 더 명확한 법률 자문을 받기 전까지 나치 물품을 경매에 포함시킬 경우 체포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블루잇 씨는 해당 물품들을 경매 목록에서 제외했다. AFP는 이 사실을 확인하면서, 금지 상징물이 표시된 이미지를 내리도록 권고했으며 법 준수 여부는 개인의 책임이라고 밝혔다.</p> <p>서호주 유대인 커뮤니티 위원회 의장 마이클 레빗 박사는 나치 물품 판매가 이를 정상화시켜 "유대인에게 실질적인 위협"이 된다며 강력한 법 집행을 촉구했다. 그는 사법부가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그러한 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커틴대학교 극단주의 전문가 벤 리치 박사는 혐오 발언 및 혐오 상징물 금지 법률이 역사적으로 극단주의 근절에 "극적인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며, 이 법이 근본적으로 "자원 낭비"라고 비판했다. 그는 상징물을 금지하면 단체들이 상징물을 조금씩 바꿔가며 계속 활동하는 '두더지 잡기' 게임이 반복될 뿐이라며, "상징물이 아닌 그 이면의 사상을 공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p> <p>한편 호주 최대 유대인 단체 중 하나인 호주 유대인 집행위원회는 해당 법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위원회는 나치 골동품 판매자가 혐오를 조장할 의도가 없더라도, 그것이 "유일하거나 가장 중요한 고려 사항은 아니다"라며,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이러한 거래가 호주 사회에 미치는 객관적인 영향"이라고 밝혔다. 법의 허점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교육 목적 예외 조항의 범위와 집행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