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배드민턴 경기의 핵심 도구인 셔틀콕이 조류독감의 예상치 못한 피해자가 됐다. 전 세계를 강타한 H5형 조류인플루엔자(H5N1)가 거위와 오리 개체 수를 급격히 줄이면서, 셔틀콕 제조에 필수적인 깃털 공급이 크게 줄어들었고, 그 여파가 호주 배드민턴 현장에까지 직접적으로 미치고 있다.</p> <p>프로 경기용 셔틀콕 하나에는 거위 또는 오리의 왼쪽 날개에서 채취한 깃털 16개가 사용된다. 문제는 한 마리의 새에서 규격에 맞는 깃털을 단 2~3개밖에 얻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처럼 까다로운 원료 조건 탓에 셔틀콕 생산은 건강한 조류 개체 수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전 세계 가금류 농장의 상당수가 밀집된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조류독감 확산을 막기 위한 대규모 살처분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깃털 공급망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p> <p>배드민턴 오스트레일리아(Badminton Australia)의 티테 베이스트라(Tjitte Weistra) 최고경영자는 중간 등급의 셔틀콕조차 대부분의 선수와 클럽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로 인해 대회를 개최하거나 클럽 연습을 진행하는 비용이 매우, 매우 비싸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요넥스(Yonex) AS-30과 같은 중급 셔틀콕도 이제는 일반 선수들이 쉽게 구입하기 어려운 가격대가 됐다.</p> <p>그레이트 서던 배드민턴 협회(Great Southern Badminton Association)의 미셸 왓슨(Michelle Watson) 회장은 협회가 4~6개월마다 셔틀콕 구입에 3,000달러를 지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용 상승을 감당하기 위해 야간 이용 요금도 인상할 수밖에 없었으며, 합성 소재 셔틀콕으로의 전환은 현실적인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왓슨 회장은 "깃털 셔틀콕이 배드민턴 본연의 도구이며 합성 제품보다 훨씬 우수하다"며 "게임을 제대로 이해하고 사교 수준 이상으로 즐기는 선수들은 고품질 셔틀콕을 당연히 기대한다"고 강조했다.</p> <p>서호주(WA)의 셔틀콕 유통업체 메타모프 셔틀(Metamorph Shuttle)의 라이언 젱위안(Ryan Zengyuan) 대표는 서호주가 수입 장비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지역 선수들이 더욱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시아에서 농업 공급 위기가 발생하면 즉각적으로 재고 부족이 이어지고 지역 선수들의 가격이 두 배로 뛴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역 스포츠 소매업체들은 급등하는 원자재 깃털 비용과 국제 운송비를 충당하기 위해 지난 몇 년간 소매 가격을 30~50%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p> <p>한편 셔틀콕 가격 상승의 원인은 조류독감만이 아니다. 국제 운송비 상승, 유가 변동, 셔틀콕 머리 부분에 사용되는 코르크 원료를 둘러싼 경쟁 심화 등 복합적인 요인이 가격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처럼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셔틀콕 가격은 단기간에 정상화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p> <p>이에 따라 호주 전역의 배드민턴 클럽들은 비용 절감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베이스트라 CEO는 "클럽들이 특성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더 저렴한 깃털 셔틀콕을 찾거나, 합성 셔틀콕을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며 "완벽하지 않더라도 지금 당장은 그것으로 버텨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나 선수들 사이에서는 합성 셔틀콕이 천연 깃털 셔틀콕의 비행 특성을 결코 재현할 수 없다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어, 품질과 비용 사이의 딜레마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p> <p>조류독감이 호주에 본격적으로 상륙한 것은 최근 몇 달 사이의 일이지만, 배드민턴 선수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그 경제적 충격을 몸소 체감해 왔다. 과학계와 농업계가 조류독감의 국내 확산을 우려하는 가운데, 스포츠 현장에서도 그 파장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이번 사례가 잘 보여주고 있다.</p>